더 크고 좋은 방

김연홍, 손시현, 오이소

2019.9.21(토) ~ 9.29(일) 

Opening Reception 9.24(화) 19:00

 

서문.

2018년 2월부터 셋이 함께 사용하게 된 원룸 작업실은 자연스레 세 영역으로 구획되었다. 각자의 공간은 보이지 않는 경계를 통해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게 되었고, 차츰 작업실만의 어떠한 질서와 규칙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한정된 공간을 두고 셋은 합리적인 공간을 구축해 나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자의 영역 사이에서 생겨난 틈은 작업실에 미세한 굴곡을 형성했다.

                                                                  

생활의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우리의 작업들은 서로 최소한의 물리적 거리만을 남겨두거나,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 채 여기저기 자리하게 되었다. 공용 책상 위엔 캔버스들이 차곡 쌓이게 되었고, 몇몇 수납장은 아예 베란다로 치워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만 했다. 냉장고 옆에 위치한 붙박이장은 온전한 가구의 용도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그저 명목상의 칸막이로 사용되고 있다.

                                                                  

한정된 공간을 공유하면서, 세 작가는 ‘더 크고 좋은 방’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마주하는 실제 공간을 시작으로, 이를 대하는 개인(혹은 사회)의 관점, 공간의 형태와 유기적인 성질 등을 각자의 시각에서 탐색해 보기로 하였다.

                                                                  

우리 세대가 경험하는 공간 활용의 배경에는 대부분 필요 이상의 한정성과 불안정성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서, 우리가 ‘공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삶의 질을 향한 예민한 상상력을 동반 한다는 점에서 현실 다음의 무엇을 바라보게 한다. 세 작가의 ‘더 크고 좋은 방’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세대의 공통된 이상적 경험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점유의 고정된 의미로 점철되기보단, 열려있는 형태로서 새로이 공간을 구축하고 변화시킨다. 

김연홍, Here 1, oil on canvas, 53x45.4cm, 2019

김연홍 (b.1994)

2018-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 석사과정

2016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 학사

주요경력

2019 염리동 도큐멘타 <빈 집>

2018 오직, 순수, 회화, 프린트베이커리 갤러리, 서울

2017 제7회 스카우트전, 갤러리 이마주, 서울

기타 

네이버 아트윈도 x 프린트베이커리 (오직, 순수, 회화) 선정작가 1등

작가노트  

<아무 이유없이>

 

닫아 놓은 방은 방 안의 나를 두터이 보호한다. 그렇기에 닫힌 방 문을 열고 누군가를 들이는 일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열린 문틈 사이 들어온 빛과 같은 새로움은 예기치 않은 설렘을 선사한다. 이런 사건이 벌어진 공간에서 우리는 서툰 감정들과 회의적인 시간을 나누고 서로에게 얄궂은 존재가 된다. 서로에 의해 괴로워하고 서로에 의해 안정되는 것이다. 일련의 여름과 같은 치열한 시간들이 지나고 담담한 새로운 계절이 되어 우리들은 같은 방향으로 눕는다. 또 결국은 이해할 수 없던 타인으로부터 나를 읽게 된다. 시선은 같아지고 열어둔 방 문의 빛이 길어지며, 우리들은 더 크고 좋은 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손시현, The light started blinking, oil on canvas, 116.8x72.7cm, 2019

손시현 (b.1994)

2017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 학사 졸업

주요경력

2018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서울

​작가노트

<무장소성의 시대>

 

한정된 공간, 자본 내에서 충족되지 않는 개인들의 '무한 확장 욕구'는 ‘공유공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합의와 규칙에 의해 질 높은 삶을 누리게 된 우리는 이와 동시에 더 세밀하게 감시받고 있으며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아슬한 경계에 놓여지게 된다. 자발적 판옵티콘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감시체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뿐이다. 판옵티콘을 나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있었으며, 그 누구도 감시 당하지 않는 빈 공터로 도망치는 문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음에도 말이다. 

​오이소, Deep sleep, oil on canvas, 각 60x90cm, 60x50cm, 2019

오이소 (b.1994)

2018 서울대학교 서양화 학사 

주요경력

2018 솜털, 임블리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2017 비가족 가족유사성, 서울대학교, 서울

기타

2018 호암교수회관 창작지원상

작가노트

<바람이 들어오는 곳>

 

침대가 문의 대각선 방향에 들어서야 성적이 오르고, 액자는 빛이 잘 드는 창문 오른 벽면에, 방 문 안쪽에는 반드시 파랑색 포스터가 붙어있어야 한다는 확신들 - 이와 같이 특정 공간을 두고 이루어지는 수행적인 움직임은 기이하고 흥미롭다. 

공간을 해석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 행위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일상 공간에 무언가를 채운다고 가정하였을 때, 공간을 매개로 하여 개인의 바람이 투영된 모습에는 당사자의 일상과 경험, 미래의 감각들이 잔존해 있다. 공간은 모양을 갖추고, 무수히 많은 우연과 계획들로 채워진다. 바람으로 구축된 공간은 유동적인 모양새와 온도를 지니고 있다. 

 

얇은 막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오직 바람에 모양을 의지한다. 해가 드는 자리를 일렁이게 하고, 몸을 부풀리다 멀리 뻗어내어 맑은 호수에 끝자락을 적신다. 뼈대 없는 공간 속에 따뜻한 숙면을, 시원한 그늘을 내어준다. 불어오는 바람은 틈새를 좁은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틈새를 찢어내지 않으며 어느새 안으로 들어와 모든 물체를 감싸고 있다. 바람의 모양을 지키기 위해 임시적인 흔적들을 남긴다. 바람은 가둬지지 않는다. 아주 먼 곳으로 넘어가 다른 온도와 세기로 다른 공간을 구축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이 커다란 움직임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무한의 확장을 내포하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이색

The Good Artist Round 1 선정 기획전

기획. 김연홍, 손시현, 오이소

주최/주관. 아트스페이스 이색

후원. 아트스페이스 이색, 세이브존 C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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